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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나이가 들면서 깨닫는 한 가지는.. 힘들고 괴롭거나 후회되는 일이 있더라도 의식적으로 빨리 잊어버리는게 좋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빨리 툭툭 털고 일어나서 다시한번 도전해볼 수 있다. 누구나 지금이 내 인생의 바닥인 것만 같은 어려운 시기를 한번쯤은 겪게 마련이고 개인적으로는 여러모로 힘든 지금이 딱 그 시기인 것 같지만 그래도 이 순간을 최선을 다해 잘 넘기자고 다짐해본다. 언젠가 나중에는 '그 때 모든 것을 걸고 노력한 덕분에 지금 이 위치까지 올 수 있었다'고 기쁘게 말할 수 있었으면.. 깜깜한 동굴 속을 혼자 힘겹게 헤쳐나가는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의미있고 소중한 순간이기를..

끄적끄적 2009.07.08

노다메 칸타빌레

노다메 칸타빌레는 음대에서 낙제생들로 이루어진 s-오케스트라와 그 오케스트라를 끌어가는 두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다. 이 드라마는 도무지 이해가 안될정도로 유치한 장면이 많은게 특징인데, 그것이 원작인 만화의 느낌을 충분히 살리려는 장치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그다지 큰 거부감없이 낄낄대며 볼 수 있다. 마치 유재석-김원희의 '놀러와'에서의 상황설정 시트콤과 보통의 드라마를 반반 섞어놓은 듯한 퓨전 드라마라고 할까? 아직 반도 못봐서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초딩스러운 유치한 장면의 연속인 이 드라마에 몰입하게 되는 이유는 아마도 가끔씩 공감되는 장면들이 툭툭 던져지듯 튀어나와서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꽤 와닿았던 점은, 이 드라마가 극중에 난무하는 오버액션 코미디 중에서도 오케스트라의 리더로서 지휘자가 ..

끄적끄적 2009.07.08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뭔가 있어보이는 특이한 제목과 나름 괜찮다는 영화평에 이끌려 이 영화를 보는 사람이 많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다 보고 나서도 제목의 의미가 뚜렷이 이해되는건 아니다. '호랑이'와 '물고기'는 '고장난' 조제가 현실에서 가질 수 없던 대상이지만 결국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것인지 선뜻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는 전반부엔 속도감도 있고 속으로 혼자 낄낄거리면서 볼 수 있을 만큼 재미있다가, 주인공 둘이 연애를 시작하는 시점부터 이렇다할 얘깃거리가 없이 갑자기 지루해진다. 그리고 결말은 '내가 도망쳤다'는 남자의 짤막한 한마디와 함께 둘이 헤어졌다고 하며 허무하게 끝나버린다. 특히 이 영화에서 이해하기 힘든 건 맨 마지막 장면. 다시 과거의 애인에게 돌아간 남자는 거리를 걷다가 갑자기 길거리에서 조제를 생각..

끄적끄적 2009.07.08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

에서 책구경을 하다가 도발적인 제목에 이끌려 한번 집어본 책이었는데 의외로 꽤 재미있었다. 책을 읽는동안, 만약 내가 이 책을 대학교 1학년때 읽을 수 있었다면 지금쯤 좀더 성숙하고 정서적으로 풍요로운 인생을 살고 있지 않을까..싶더라. 개인적으로 학부 다닐 때 인문사회분야의 책들도 읽으려고 노력한 편이었지만 공부는 왜 하는지, 대학이란 곳이 어떤 기회를 주는지, 그리고 나에게 필요한 공부를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별로 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도 부끄러운 기억이다. 책의 제목은 비록 이지만 도쿄대를 서울대로 바꿔도 책에 나오는 내용들은 거의 전부 우리나라의 사정과 다르지 않다. 저자는 일본 문부성이 입시과열을 완화시키기 위해 중고교의 이수과목 수와 대학입시 과목수를 동시..

독서노트 2009.07.08

성격대로 살아가기

이 책은 정신과 의사인 김정일씨가 쓴 에세이다. 얼마전 중앙도서관에 가서 우연히 집어들었는데 재미있길래 그 자리에 서서 다 읽었다. 자기의 성격에 대한 고민은 누구나 한다. 자기성격의 단점을 고치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안해본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경험적으로 보면 성격을 바꾸는 것은 의식적으로 노력을 하더라도 결국 잘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 타고난 성격은 고칠 수 없는 것인가? 고칠 수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책은 평소에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알려준다. 저자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세상에는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이 있는데 이 둘은 본성적으로 다르고, 특히 노력으로 성격을 바꾸기란 불가능하므로 자신의 성격을 인정하고 그에 맞추어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

독서노트 2009.07.08

박사과정을 한다는 것

요즘 정말 정신없이 바쁘다. 얼마전에 설악산에 1박2일 갔다온 것을 빼면 지난 두어달 동안 단 하루도 맘편히 쉬지 못했던 것 같다. 하루하루 요일도 잊어가면서 버겁게 공부하다보면 내가 나중에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런 짓을 하나..싶은 회의가 들 때도 있다. 지금까지 겪어본 재무박사과정은 코스웍이나 논문 모두 이공계 박사과정 못지 않게 힘든 것 같다. 또 나같은 공대 출신에게는 경제학이나 통계학에 대한 배경지식을 스스로 쌓아야 한다는 어려움까지 있어서 박사과정을 버텨낸다는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 말은 제때 졸업하는 것 역시 만만치 않다는 얘기..) 뭐 공부는 원래 어려운 거니까 그렇다치고, 박사과정생의 삶을 힘들게 하는 것들은 또 있다. 제일 피부로 와닿는 것이 대략 세 가지인데, 첫째는 졸업을 ..

끄적끄적 2009.07.08

A Beautiful Mind

코끝이 찡해오는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힘들고 긴 세월을 사랑과 믿음으로 극복하고 일어선 내쉬 부부에게 기립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존 내쉬의 연설.. "당신이 바로 내가 존재하는 이유예요.. (You're the reason I am.)" 노벨상 기념연설으론 전혀 뜬금없는 말이지만 백발이 희끗해서도 여전히 말주변이 서툰 내쉬가 일생동안 자신을 헌신적으로 돌봐준 부인에게 보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감사의 표시였을 거라 생각했다. 내쉬의 이 어눌한 한마디에는 비록 '막시무스'의 카리스마는 없지만 '진심'이 실린 언어가 얼마나 무게감을 갖는지 실감나게 한다. 특히 이 영화가 감동을 주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만든다는..

끄적끄적 2009.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