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blueray 2009. 7. 8. 02:15



뭔가 있어보이는 특이한 제목과 나름 괜찮다는 영화평에 이끌려
이 영화를 보는 사람이 많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다 보고 나서도 제목의 의미가 뚜렷이 이해되는건 아니다.
'호랑이'와 '물고기'는 '고장난' 조제가 현실에서 가질 수 없던 대상이지만
결국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것인지 선뜻 와닿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는 전반부엔 속도감도 있고 속으로 혼자 낄낄거리면서
볼 수 있을 만큼 재미있다가, 주인공 둘이 연애를 시작하는
시점부터 이렇다할 얘깃거리가 없이 갑자기 지루해진다.
그리고 결말은 '내가 도망쳤다'는 남자의 짤막한 한마디와 함께
둘이 헤어졌다고 하며 허무하게 끝나버린다.

특히 이 영화에서 이해하기 힘든 건 맨 마지막 장면.
다시 과거의 애인에게 돌아간 남자는 거리를 걷다가
갑자기 길거리에서 조제를 생각하며 펑펑 눈물을 흘리며 운다.

글쎄..
그건 좀더 잘해주지 못했다는 후회일까.
아니면 아무도 돌봐줄 사람이 없는 장애인인 그녀가
앞으로 혼자 고생할까봐 걱정하는 동정일까.
그것도 아니면 다시 볼일 없다면서도 아직 지우지 못한 사랑일까.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한 관객으로선 그 장면에서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 당황스럽다.

파이란을 보면 위장결혼했던 중국인 여자가 죽은 후에
최민식이 부두가에서 소주병을 들고 엉엉 우는 장면이 나온다.
내가 너무 무책임하고 무관심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착한여자 하나 죽였다는 죄책감.
그런 단순하고 확실한 이유에서 파이란에서의 최민식의 통곡은
오히려 충분한 공감을 불러일으키지만,
이 '조제-' 영화에서 주인공의 울음 뒤의 내면은 뭔가 그 이유가 분명하지 않고,
그 때문에 그다지 호소력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사실 결정적인 이유는 둘이 왜 헤어졌는지 구체적으로 얘기를
안해줬기 때문이겠지만.)

영화평이 괜찮아서 기대를 했었는데
기대만큼 썩 괜찮은 영화는 아니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