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성격대로 살아가기

blueray 2009. 7. 8. 02:12

 

이 책은 정신과 의사인 김정일씨가 쓴 에세이다. 얼마전 중앙도서관에 가서 우연히 집어들었는데 재미있길래 그 자리에 서서 다 읽었다.

자기의 성격에 대한 고민은 누구나 한다. 자기성격의 단점을 고치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안해본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경험적으로 보면 성격을 바꾸는 것은 의식적으로 노력을 하더라도 결국 잘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 타고난 성격은 고칠 수 없는 것인가? 고칠 수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책은 평소에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알려준다.

저자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세상에는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이 있는데 이 둘은 본성적으로
다르고, 특히 노력으로 성격을 바꾸기란 불가능하므로 자신의 성격을 인정하고 그에 맞추어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새롭게 알 수 있었거나 공감했던 내용 몇 가지.

(1) 한번 타고난 성격은 후천적인 노력으로 못바꾼다. (내향성은 정신적인 여성성, 외향성은 정신적인 남성성이다.) 유명인들을 보면 어렸을 때는 내향적이었다가 어른이 되어 외향적으로 성격이 바뀌었다는 얘기들을 하곤 하는데, 그것은 알고보면 그렇지 않다. 내성적인 사람이 마치 외향적인 사람처럼 활발하게 활동하는 경우는 그 주변에서 어떠한 위험도 느껴지지 않는 경우에 한하며, 만약 외부의 위협이 있는 경우 다시 원래의 본성인 내향성으로 되돌아온다.

(2) 자신이 내향성이냐 외향성을 구별하는 가장 간단한 기준: 친구들에게 자신이 먼저 전화해서 자꾸 모임을 만드는 스타일이면 외향성, 친구가 전화해서 만나자고 할 때 수동적으로 만나는 스타일이면 내향성.

(3) 보통 내성적인 사람은 용기없고 대인관계가 서툰 사람, 외향적인 사람은 붙임성있고 인간성 좋은 사람으로 인식되지만, 내향성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니다. 사회에서 자신의 위치를 구축해야 하는 30대 후반까지는 외향성이 유리하고 인생을 정리하면서 관조해야 하는 40대 이후부터는 내향성이 유리하다.

(4) 내성적인 사람의 삶의 원동력은 사랑의 완성에 대한 집착과 성욕이며 외향적인 사람의 원동력은 파괴성과 공격성이다. 

(5) 내성적인 사람은 사랑의 완성에 최우선 가치를 두지만 표현이 서툴어 현실의 사랑에는 약하다. 싸움에 능하지 않으므로 남과의 승부에도 약하다. 그리고 잘못을 저지르거나 남에게 정신적으로 신세를 지고는 못산다. 싸움을 피하는 대신 억울했던 것을 마음 속에 계속 쌓아둔다.

(6) 외향적인 사람은 사교성이 좋으므로 현실의 사랑에 강하다. 논쟁이나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싸운 후에 감정의 뒤끝도 없다. 그러나 남을 공격하거나 이용하고도 별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므로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이 책을 보니 나는 전형적인 내향성인 것을 알겠다. (내향성은 위에서 보다시피 별로 좋은 얘기가 없다..ㅡㅡ;;) 솔직히 말하면 남들 앞에서 낯을 좀 가리고 타인과 좀처럼 거리를 좁히지 못하는 면 때문에 힘든 건 사실이지만, 이 책의 저자는 이미 타고난 자신의 성격을 억지로 바꾸려고 할 필요는 없다고 전문가의 입장에서 대신 결론지어준다. 특히 내향적인 사람은 아무래도 사회생활에 불리하다는 통념 때문에 스스로 외향적인 성격으로 변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보다가 불편함만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결국 자기성격이 내향성이든 외향성이든 자기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게 아닐까. 누구든 내향성/외향성에 기인한 성격적 결점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또 그 결점은 저자의 말에 의하면 의지만으로는 결코 쉽게 고칠 수 없다. 그럼 결국 필요한 것은 자기자신을 관찰할 때 가급적 결점은 작게, 장점은 크게 보아주는 관대함일 것이리라 생각해본다.

그리고 사족으로 위에 쓰지는 않았지만 이 책은 성격이 다른 부부, 즉 부부 중 한 쪽은 외향성이고 한 쪽은 내향성일 때 부부간에 어떤 문제들이 벌어지는지를 설명하고 그 해결책을 알려주고 있다. 또 아이들의 경우에도 내성적인 아이를 다루는 법과 외향적인 아이를 다루는 법이 다르다. 결혼한 사람들은 참고할만한 내용이 많으니 한번쯤 읽어보면 여러모로 도움이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