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48

박사과정을 한다는 것

요즘 정말 정신없이 바쁘다. 얼마전에 설악산에 1박2일 갔다온 것을 빼면 지난 두어달 동안 단 하루도 맘편히 쉬지 못했던 것 같다. 하루하루 요일도 잊어가면서 버겁게 공부하다보면 내가 나중에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런 짓을 하나..싶은 회의가 들 때도 있다. 지금까지 겪어본 재무박사과정은 코스웍이나 논문 모두 이공계 박사과정 못지 않게 힘든 것 같다. 또 나같은 공대 출신에게는 경제학이나 통계학에 대한 배경지식을 스스로 쌓아야 한다는 어려움까지 있어서 박사과정을 버텨낸다는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 말은 제때 졸업하는 것 역시 만만치 않다는 얘기..) 뭐 공부는 원래 어려운 거니까 그렇다치고, 박사과정생의 삶을 힘들게 하는 것들은 또 있다. 제일 피부로 와닿는 것이 대략 세 가지인데, 첫째는 졸업을 ..

끄적끄적 2009.07.08

A Beautiful Mind

코끝이 찡해오는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힘들고 긴 세월을 사랑과 믿음으로 극복하고 일어선 내쉬 부부에게 기립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존 내쉬의 연설.. "당신이 바로 내가 존재하는 이유예요.. (You're the reason I am.)" 노벨상 기념연설으론 전혀 뜬금없는 말이지만 백발이 희끗해서도 여전히 말주변이 서툰 내쉬가 일생동안 자신을 헌신적으로 돌봐준 부인에게 보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감사의 표시였을 거라 생각했다. 내쉬의 이 어눌한 한마디에는 비록 '막시무스'의 카리스마는 없지만 '진심'이 실린 언어가 얼마나 무게감을 갖는지 실감나게 한다. 특히 이 영화가 감동을 주는 가장 큰 이유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만든다는..

끄적끄적 2009.07.08

4월 이야기

1시간 남짓의 짧은 영화라 별 기대는 안했었는데 의외로 꽤 재미있었다. 어떻게보면 before sunrise 의 동양판이라고도 할 수 있을듯. 여주인공을 맡은 마츠 다카코인가 하는 배우도 일본여자 치고는 상당히 이쁘고..:) 근데 사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주제와는 별로 상관없는 부분...말하자면 옆집 여자가 카레를 먹겠다고 다시 찾아오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에 빨간 우산을 쓴 주인공 우즈키가 좋아하는 남자에게 수줍게 웃으며 말하는 장면이 조금 다른 의미에서 기억에 남았다. 왜냐하면 이 두 장면들은 영화의 전반부에서 아무런 호응없이 안쓰럽게 겉돌다 그저 화면속에 무의미하게 부서져 사라지는 우즈키의 짧은 말들, 그리고 그로 인해 약간은 상처입고 얼어붙었을 우즈키의 마음이 최초로 생명력을 얻는 순간이기 때문..

끄적끄적 2009.07.08

SAW

SAW - 이 영화에서의 문맥적 의미는 '봤다'가 아니라 '톱'이다.. 톱으로 뭘 자르는지는 상상에 맡김.(막판에 나온다..우웩~) 아무 기대도 안하고 봤는데 상당히 잼있었던 영화다. 밀폐된 방에 영문을 모른채 갇힌 두 사람.. 살아서 나가는 방법은 한가지... 상대방을 죽여야만 하는데.. 그들은 더 좋은 탈출방법을 찾기위해 서로 협력해야 할까? 아니면 살아남기 위해 납치범의 요구대로 상대방을 죽여야만 할까? 그리고 상대방을 죽이기 위해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감추고 거짓말을 할 필요가 있을까...? 영화의 설정은 이전에 나왔던 영화 "cube" 와 상당부분 닮아있다. 밀폐된 공간에 갇힌 인간들의 공포와 살아남기 위한 필사적인 행동들... 다만 Cube가 극한상황에서 인간이 얼마나 이기적 동물인지 보여줬..

끄적끄적 2009.07.08

봄날은 간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무래도 제일 마지막 장면일게다. 이별을 선언했던 은수는 마음을 돌려서 상우에게로 돌아오려고 하지만 이미 감정을 정리한 상우는 은수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 그리고 둘은 벚꽃이 만개한 4월의 아름다운 거리에서 서로를 돌아보면서 아련한 가슴을 안고 그렇게 헤어지고 만다.. (정말 명장면이기도 하다...) 씨네21에 영화평을 썼던 노희경씨가 여자의 입장에서 은수가 상우를 떠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면.. 나는 남자의 입장에서, 되돌아온 은수를 상우가 받아주지 않은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말하자면 그저 연애의 즐거운 감정만을 탐닉할 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누군가가 자신의 생활을 흔들어놓길 바라지 않으며 상대방의 현실에도 들어오지 않으려는 자기위주의 여자에..

끄적끄적 2009.07.08

Minolta Himatic SD

요즘 RF카메라에 대해 관심이 생겨서 알아보다가 발견한 사진. 왼쪽에 있는 카메라는 미놀타 하이매틱 기종으로 미놀타 카메라 중에 가장 값이 싼 모델이다. 정확히 말하면 80년대 삼성항공과 합작으로 만들어낸 '삼성미놀타표' 카메라다. 이 사진을 발견하고 정말 반가웠던 것은 저 카메라가 바로 내가 어렸을적부터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우리 식구들을 찍어줬던 바로 그 모델이라는 것. 사실 카메라 모델명이 뭐였는지 기억을 못해서 그동안 찾아보지도 못했었다. 유치원때도, 중학교 졸업하던 날도 우리 가족의 모든 사진은 저 카메라로 찍었었다. 우리 가족의 추억이 남아있는 카메라.. 그때는 카메라 종류가 뭔지도 모르고 그냥 막 찍었는데 지금보니 목측식 초점방식(즉 거리를 대충 눈대중으로 때려맞춰 초점을 맞추는 방식)에 3..

끄적끄적 2009.07.08

19 그리고 80

나조차도 예상하기 어려운 불확실한 내 삶에서 가장 확실한 것 한 가지.. "..나는 아마 자유롭지 못하게 살 것이다." 내가 이 사회에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한 아마 나는 나에게 씌워진 이런저런 책임과 의무의 굴레들을 좋든싫든 힘겹게 끌면서 앞으로 나아가야만 할 것이다. . . . 이 연극(19 그리고 80)은 여러 인간군상의 다양한 행동양식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삶의 모습이 제 3자의 눈에 어떻게 보이는지 묻는다. 그들 중에는 제도와 관습에 얽매이는 사람도 있고 직업적 의무감에 무조건 복종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이는 남의 이목에만 신경을 쓰고 또 어떤 이는 자신의 매력에 빠져 산다. 주인공인 해롤드는 자폐증 환자이며, 또다른 주인공인 모드 할머니는 현실을 초월하여 모든 굴레와 속박--심지어는..

끄적끄적 2009.07.08

내 집으로 와요

시작하는 사랑과 그 설레임을 보여주는 영화는 꽤 많다. 최근에 본 나 이와이 슌지의 , 등 기타 수많은 할리우드 로맨틱코미디가 대개 이 부류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변해가는 사랑을 보여주는 영화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 머리속에 떠오르는 건, , 혹은 미셸파이퍼가 열연했던 정도가 유일한 것 같다.(내가 본 거 중에는...) 이런 류의 영화가 적은 이유는 아마 이것이 오히려 진실에 가깝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런 영화는 잘 만들기도 어렵지만, 일단 제대로 잘 만들어지면 관객의 아픈 곳을 찌르니까.. "내 집으로 와요"라는 만화는 만화로선 보기 드물게 후자의 경우를 그려낸다. 주인공들 자신도 모르는 새에 조금씩 변질되고 어디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는지 알 수 없는, 그래서 어떻게 돌..

끄적끄적 2009.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