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내 집으로 와요

blueray 2009. 7. 8. 00:38



시작하는 사랑과 그 설레임을 보여주는 영화는 꽤 많다.
최근에 본 <love actually> 나 이와이 슌지의 <4월 이야기>,
<before sunrise> 등 기타 수많은 할리우드 로맨틱코미디가
대개 이 부류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변해가는 사랑을 보여주는
영화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 머리속에 떠오르는 건,
<봄날은 간다>, 혹은 미셸파이퍼가 열연했던 <the story of us>
정도가 유일한 것 같다.(내가 본 거 중에는...)
이런 류의 영화가 적은 이유는 아마 이것이 오히려 진실에 가깝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런 영화는 잘 만들기도 어렵지만,
일단 제대로 잘 만들어지면 관객의 아픈 곳을 찌르니까..

"내 집으로 와요"라는 만화는 만화로선 보기 드물게
후자의 경우를 그려낸다. 주인공들 자신도 모르는 새에
조금씩 변질되고 어디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는지 알 수 없는,
그래서 어떻게 돌이켜 볼 수도 없는 사랑의 모습..
"우리 도대체 왜 이렇게 된거야? "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안돼? "
"이제는 날 사랑하지 않아? "
어쩌면 독자들 대부분이 한번쯤은 겪었을 그 모습을
작가는 - (아마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 담담하게 보여준다.

이런 만화를 그리려면 대단한 내공이 필요할텐데
그런면에서 개인적으로 하라 히데노리라는 작가를 굉장히 좋아한다.
이 만화는 그의 비교적 초기작에 해당하지만
자연스럽게 사건들을 엮어가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와
그에 따라 변해가는 남녀의 미묘한 심리를 묘사하는 능력,
그리고 맨 마지막 장면에서 단 한 컷으로 강한 여운을 남기는
작가의 역량 등등이 결합되어 상당히 작품적 완성도가
높은 편이다.

한때는 변해가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믿었는데..
나이를 먹으니 그 생각도 조금씩 바뀌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사춘기적 고집은 버릴때가 된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