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봄날은 간다

blueray 2009. 7. 8. 01:21





이 영화를 보고나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무래도 제일 마지막 장면일게다.
이별을 선언했던 은수는 마음을 돌려서 상우에게로 돌아오려고 하지만
이미 감정을 정리한 상우는 은수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
그리고 둘은 벚꽃이 만개한 4월의 아름다운 거리에서
서로를 돌아보면서 아련한 가슴을 안고
그렇게 헤어지고 만다..
(정말 명장면이기도 하다...)

씨네21에 영화평을 썼던 노희경씨가 여자의 입장에서 은수가 상우를 떠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면..
나는 남자의 입장에서, 되돌아온 은수를
상우가 받아주지 않은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말하자면 그저 연애의 즐거운 감정만을 탐닉할 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누군가가 자신의 생활을 흔들어놓길 바라지 않으며
상대방의 현실에도 들어오지 않으려는 자기위주의 여자에게
상우는 더이상 소년같은 '순수한 사랑'을 내어줄 수 없었던 것이다.
딱 내가 편리한 정도로만 눈금을 재어가며 남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우는 '바로 이 여자다!' 하는 확신을 절대로 가질 수 없었을 테니까.

영화를 보고나서 의문이 들었다.
누구나 성장하면서 한번쯤 실연의 아픔을 겪고, 그 결과로
내가 상처입지 않을 만큼만 계산하면서 남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에
과연 성숙이란 말이 어울릴까...하는 거.

노희경씨는 이렇게 썼었다..
한 여자에 목숨걸고 직장까지 때려치는 남자와
어떻게 세상의 험난한 풍파를 헤쳐나가느냐고...
그러나 오히려 그 반대가 아닐까?
한 여자를 잡기 위해 직장까지 때려칠 정도의 용기와 확신이 있어야만
그 여자와 함께 평생을 살아나갈 수 있을 거라고..




봄날은 간다
        
                            - 김윤아


눈을 감으면 문득 그리운 날의 기억
아직까지도 마음이 저려 오는 건

그건 아마 사람도 피고 지는 꽃처럼
아름다워서 슬프기 때문일 거야, 아마도.

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 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

가만히 눈감으면 잡힐 것 같은 아련히 마음 아픈 추억 같은 것들

봄은 또 오고 꽃은 피고 또 지고 피고
아름다워서 너무나 슬픈 이야기

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 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

가만히 눈감으면 잡힐 것 같은 아련히 마음 아픈 추억 같은 것들

눈을 감으면 문득 그리운 날의 기억
아직까지도 마음이 저려 오는 건

그건 아마 사람도 피고 지는 꽃처럼
아름다워서 슬프기 때문일 거야,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