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4월 이야기

blueray 2009. 7. 8. 01:31



1시간 남짓의 짧은 영화라 별 기대는 안했었는데 의외로 꽤 재미있었다.
어떻게보면 before sunrise 의 동양판이라고도 할 수 있을듯.
여주인공을 맡은 마츠 다카코인가 하는 배우도
일본여자 치고는 상당히 이쁘고..:)

근데 사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주제와는 별로 상관없는 부분...말하자면
옆집 여자가 카레를 먹겠다고 다시 찾아오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에 빨간 우산을 쓴 주인공 우즈키가
좋아하는 남자에게 수줍게 웃으며 말하는 장면이
조금 다른 의미에서 기억에 남았다.

왜냐하면 이 두 장면들은
영화의 전반부에서 아무런 호응없이 안쓰럽게 겉돌다
그저 화면속에 무의미하게 부서져 사라지는 우즈키의 짧은 말들,
그리고 그로 인해 약간은 상처입고 얼어붙었을 우즈키의 마음이
최초로 생명력을 얻는 순간이기 때문이었다.
누군가 비로소 자신의 존재를 알아주고 이해해주기 시작하는
바로 그 순간이라고 할까?

영화를 보다가 문득 며칠 전 보았던 '파이란'이 떠올랐다.
낯선 땅에서 누구에게도 받아들여지지 못했던 파이란의 짧은 말들은
(심지어는 죽을병에 걸렸다는 사실조차도..)
아무도 듣지않는 허무하고 안타까운 독백으로 그치고 만다.

정작 강재가 그녀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을 때
남은 것은 이미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의 서러움과 아픔 뿐..
그래서 아마도, 바닷가에서 목놓아 우는 강재의 눈물은
단순히 사람 하나의 죽음이 주는 슬픔을 넘어
낯선 땅에서 한번도 보지 못한 사람을 사랑할 정도로
필사적으로 살아갔던 외로운 그 어린 여자를 꼭 구원했어야 했다는,
때늦은 후회와 죄책감 때문이 아니었을까..그렇게 혼자 추측해본다.


사실 4월 이야기는 구성이 좀 엉성해서 각각의 인물과
배경, 사건들이 마치 풀린 나사처럼 약간씩 따로노는 점이 거슬리는데
이와이 슌지의 팬이라면 뭐 그럭저럭 볼만하다.
아무리 재미없다고 해도 1시간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