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48

생각이 나서

생각이 나서. 난 이 말을 참 좋아해요. 왜 전화했어? 용건이 뭐야? 왜 주는건데? 이렇게 물어보는데 - 생각이 나서 전화했어. - 오늘은 세 번 생각이 나서 문자 보내요. - 네 생각이 나서 샀어. 이런 대답이 돌아오면 따뜻하고 부드러워져요. 갑자기, 온 세상이. 수가 몰래 놓고간 딸기맛 비타민C, 여리가 주고 간 헤어 에센스와 색색가지 초들, 양이 갑자기 싸들고 온 밑반찬들, 티가 보내준 앨범과 사진, 누군가가 슬쩍 밀어넣고 간 마음 한 조각. 그렇게 작고 예쁜 것들을 생각하면 나날이 크리스마스 같아요. - 황경신, 中 이 책에서 제일 맘에 든 부분. 앞으로 누군가에게 안부전화를 할 땐, 뻘쭘한 '그냥 했어'말고 살짝 낯간지럽지만 '당신 생각이 나서 했어요'라고 말해야지. 오그라들려나 ㅋㅋ

끄적끄적 2011.07.24

공부는 왜 하는가

"내가 공부를 강조하는 것은 공부하는 것을 통해 본인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기 때문이지. 우리는 사랑하기 위해 이 지구상에 존재하며 그 사랑의 첫걸음은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다. 자신을 사랑한다함은 자신에게 주어진 잠재력을 최대한 끄집어내는 것이다. 공부를 하는 것은 자신의 발전을 뜻하며, 자신의 발전은 곧 자신을 사랑하는 행위중의 하나이다. 우리는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 것이다" - 은천성 선생님 말씀 은선생님의 말씀은 현실에 쫓겨 절박한 심정이 되었을 때 항상 나를 다독여주는 힘이 된다. 지치고 힘들어도, 논문이 생각대로 잘 풀리지 않을 때에도 흔들리지 말고 공부를 계속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이 글이 답인 것 같다.

끄적끄적 2011.07.14

강수진 어록

아침에 눈을 뜨면 늘 어딘가가 아프고 아프지 않은 날은 ‘내가 연습을 게을리했구나’하고 반성하게 됩니다 몸이 피곤한날 도저히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일단 토슈즈를 신고 연습실에 서면 말할 수 없이 행복했다 발레를 하면 거의 매일 아프기 때문에 통증을 친구로 여기게 되었다 힘든게 내게는 보통이다 저는 발레를 하면서 경쟁자를 생각한 적도어떤 목표를 가져본 적도 없다 모든 작품, 모든 동작, 모든 연습에 그저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내게는 오늘 하루 열심히 사는 것이 인생목표였고 고독이 가장 무서운 병이었다 나는 남이 아닌 나 자신과 경쟁했고 매일 조금씩 발전하는데 재미를 느꼈다 나는 '쉰다'는 단어 자체를 싫어한다 밥 먹을 때나 잠잘 때를 빼고는 움직이는 걸 좋아한다 쉬는 것은 나중에 무덤에 가서도 ..

끄적끄적 2011.07.09

여러가지 필름 사용기

- 여러가지 컬러필름에 관한 간단 사용기 - 1. Kodak (1) E100G 원래 인물사진을 염두에 두고 개발된 필름이라 탁월한 인물색감을 보여준다. 풍경에도 무난하게 쓸 수 있고, 노출과다 혹은 노출부족시에도 특정 컬러가 튀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이제까지 써본 모든 필름 중에 결과물이 가장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해서 중요한 사진을 찍을 때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필름이다. (E100G 의 결과물 - DSLR 로 찍으면 이런 정도의 예쁜 인물색감을 뽑기가 참 힘들다. 이런 면에서 보면 디지털 이미지는 아직까지 슬라이드 필름의 색감을 따라가지 못한다.) (2) PORTRA 160VC 코닥의 주력필름 중 하나인만큼 아주 고급스러운 결과물을 내어준다. 그러나 인물피부표현에서는 코닥 특유의 노란끼가 강해서 사..

끄적끄적 2010.08.02

요즘 열심히 읽는 만화

인터넷으로 만화같은거 별로 보지 않는 편인데, 얼마전부터 이다(필명)의 만화에 빠졌다. 그저 웃기기만 한게 아니라 소소한 일상을 꾸밈없이 드러내는 솔직함과 때론 나이보다 훨씬 어른스러운 진지함이 엿보여서 좋다. 특히 아무 생각없이 지나치기 쉬운 작은 소재들에서 웃음을 끌어내는 관찰력이 대단하다. 학부시절 집-도서관만 단조롭게 왔다갔다했던 나와는 다르게 (솔직히 그리 열심히 공부하지도 않으면서 바쁜 척만 했지..쩝~) 이 만화의 작가는 20대를 보내면서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정말 열심히 살았겠구나 싶어 부럽기도 하다. 원작자가 허락없이 퍼가도 된다고 해서 며칠 전 재밌게 읽었던 편을 퍼옴. 이다플레이의 홈페이지는 요기로 ==> http://2daplay.net

끄적끄적 2010.07.14

집으로 가는 길

핸들을 잡을 때의 마음은 신기하게도 아침과 밤이 180도 다르다. 아침에 운전해서 학교 갈 때는 10분만 차가 막혀도 짜증이 나고 답답해지지만 밤늦게 집에 올 때는 즐겨듣는 음악이 흘러나오는 혼자만의 공간이 너무 좋아서 차가 좀 막혀도 상관없고 집에 도착해서도 도무지 차에서 내리고 싶지가 않다. 집에 다 와서 주차까지 했는데 라디오에서 갑자기 좋아하는 곡이 나오면 시동을 끄지 않은 채로 주차장에서 한참동안 듣기도 한다. 하루 중에 가장 편안한 휴식시간, 학교에서 집까지 오는 길은 너무 짧게 느껴져 항상 아쉽다.

끄적끄적 2010.07.02

좋은 강의의 조건

공대 학부시절 들었던 강의 중에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유한일 교수님의 물리화학(2학년)과 고체결함화학(4학년) 강의다. 두 수업의 내용은 상당히 어려워서 당시엔 열심히 공부했음에도 불구하고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내용을 잘 모르니 학점도 별로였다. 군대가기 전에 들었던 물리화학은 C를 받아서 한 학기를 재수강했고, 복학해서 들었던 고체결함화학은 A- 중에 꼴찌였다. (고체결함화학은 복학생이라고 불쌍해서 그랬는지 교수님이 특별히 학점을 올려주신듯 하다.ㅡㅡ;;)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한일 교수님의 수업이 기억에 남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교수님은 강의내용과 관련된 보조자료를 수업 때 들고와서 사용하신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유한일 교수님은 수업내용을 요약한 강의노트도, 파워포인트도..

끄적끄적 2010.07.01

단상

살다보면 남은 인생의 방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몇 번 찾아오게 된다. 내 경우는 포항공대 대학원을 그만두었던 2002년 여름, 일반기업 취직을 포기하고 서울대 경영대 석사과정을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던 2003년, 그리고 경영대 석사를 마친 후 경영대 박사과정을 밟겠다고 결심한 5년 전의 순간이 그랬다. 지나고 보면 그와 같은 선택의 기로에서 완벽한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어느 정도의 리스크는 항상 따라오게 마련이니까. 최대한 많은 정보를 모아서 신중한 판단을 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번 결단을 내린 후에는 내가 택한 길이 정답이 되게끔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 그것이 인생의 더 중요한 과정일 것이다. 내가 내렸던 결정들이 모두 옳은 선택이었는지는 아직 알 수 ..

끄적끄적 2010.06.27

아이들로부터 배우다

(한학기 동안 수업했던 금융론 강의실) 처음 동국대에서 강의를 맡으면서 가장 큰 걱정거리이자 관심사는 어떻게 하면 수업내용을 아이들한테 알기 쉽게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거였다. 외부강의를 처음 해보는 초보강사인 나로서는 수업 전날엔 잠을 줄여서라도 내용설명을 머릿속으로 리허설을 해보고 막히는 부분이 있는지 점검하려고 애를 썼다. (그래도 처음이라 버벅거리기가 일쑤였다...부족한 수업을 열심히 들어주는 애들에게 그저 미안할 뿐..) 그런데 막상 한 학기가 거의 끝나가면서 느낀 것은.. 교수의 의무는 단순히 수업준비를 완벽하게 하는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주에 수업 끝나고 찾아와 상담을 요청했던 어떤 실업계 고교출신 여학생과 이야기하면서 학생들을 대할 때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더 중요한 일이 ..

끄적끄적 2010.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