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19 그리고 80

blueray 2009. 7. 8. 00:41




나조차도 예상하기 어려운 불확실한 내 삶에서
가장 확실한 것 한 가지..

"..나는 아마 자유롭지 못하게 살 것이다."

내가 이 사회에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한
아마 나는 나에게 씌워진 이런저런 책임과 의무의 굴레들을
좋든싫든 힘겹게 끌면서 앞으로 나아가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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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극(19 그리고 80)은 여러 인간군상의 다양한 행동양식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삶의 모습이 제 3자의 눈에 어떻게 보이는지 묻는다.

그들 중에는 제도와 관습에 얽매이는 사람도 있고
직업적 의무감에 무조건 복종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이는 남의 이목에만 신경을 쓰고
또 어떤 이는 자신의 매력에 빠져 산다.
주인공인 해롤드는 자폐증 환자이며,
또다른 주인공인 모드 할머니는 현실을 초월하여
모든 굴레와 속박--심지어는 죽음조차--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 한다.

우리는 이 중에서 어떤 삶을 택할 것인가?
모드 할머니? 아니면 뒤늦게 사랑을 깨닫게 된 해롤드?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현실을 살고 있는 서른살의 나의 생각은,
나의 의지가 무엇이든 적어도 모드 할머니의 방식을 택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거였다.
연극에서처럼 사람이 무한정 자유롭고 순수하기 위해서
현실세계에서 치러야 할 댓가는 너무나도 크다는 걸 잘 알고 있는 한 말이다.
(결국 모드 할머니는 그래서 약을 먹고 목숨을 끊는다..
그렇지만 난 죽을때까지 약먹고 목숨을 끊을 용기가
생길 것 같지는 않다..-_-)

기본적으로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은..
적당히 약고, 적당히 남들 하는대로 따라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순수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더 현명할 수는 있다는 것이다.
(연극에서 모드 할머니와 대비되는 몇몇의 인물들 역시
자기 나름의 기준에서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한가지 바란다면 시간이 흘러 내가 모드 할머니의
나이가 되었을때 너무 많은 후회를 남겨두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가급적 짬짬이 좋은 일도 많이 하면서, 알면서도 남에게
상처주는 일 따위를 되도록 줄여서 나이가 들었을때도
친분이 오래된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행복하게 늙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한번뿐인 삶에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