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생각이 나서

blueray 2011. 7. 24. 03:26



생각이 나서.

난 이 말을 참 좋아해요.



왜 전화했어? 용건이 뭐야? 왜 주는건데?

이렇게 물어보는데


- 생각이 나서 전화했어.

- 오늘은 세 번 생각이 나서 문자 보내요.

- 네 생각이 나서 샀어.

이런 대답이 돌아오면


따뜻하고 부드러워져요.

갑자기, 온 세상이.


수가 몰래 놓고간 딸기맛 비타민C,

여리가 주고 간 헤어 에센스와 색색가지 초들,

양이 갑자기 싸들고 온 밑반찬들,

티가 보내준 앨범과 사진,

누군가가 슬쩍 밀어넣고 간 마음 한 조각.


그렇게 작고 예쁜 것들을 생각하면

나날이 크리스마스 같아요.



- 황경신, <생각이 나서> 中



이 책에서 제일 맘에 든 부분.

앞으로 누군가에게 안부전화를 할 땐,

뻘쭘한 '그냥 했어'말고

살짝 낯간지럽지만

'당신 생각이 나서 했어요'라고 말해야지.

오그라들려나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