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나서.
난 이 말을 참 좋아해요.
왜 전화했어? 용건이 뭐야? 왜 주는건데?
이렇게 물어보는데
- 생각이 나서 전화했어.
- 오늘은 세 번 생각이 나서 문자 보내요.
- 네 생각이 나서 샀어.
이런 대답이 돌아오면
따뜻하고 부드러워져요.
갑자기, 온 세상이.
수가 몰래 놓고간 딸기맛 비타민C,
여리가 주고 간 헤어 에센스와 색색가지 초들,
양이 갑자기 싸들고 온 밑반찬들,
티가 보내준 앨범과 사진,
누군가가 슬쩍 밀어넣고 간 마음 한 조각.
그렇게 작고 예쁜 것들을 생각하면
나날이 크리스마스 같아요.
- 황경신, <생각이 나서> 中
이 책에서 제일 맘에 든 부분.
앞으로 누군가에게 안부전화를 할 땐,
뻘쭘한 '그냥 했어'말고
살짝 낯간지럽지만
'당신 생각이 나서 했어요'라고 말해야지.
오그라들려나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