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2상한의 일을 먼저 하라

blueray 2010. 4. 17. 19:20
프로이드는 건강한 사람의 조건으로 일과 사랑을 꼽았다고 한다. 사람들은 인생에서 가장 중대한 2가지 선택을 꼽으라면 주로 배우자와 직업을 든다. 삶이란 하나의 경주나 성취, 그 이상의 것. 단지 많은 돈을 벌거나 크게 출세하는 것만으로는 성공적인 인생이라고 말하지 않는 이유다.

황금알 욕심에 거위를 잡겠는가? 이솝우화에 나오는 어리석은 농부 이야기다. 거위가 어느 날 황금빛 알을 낳는다. 처음에 자기 눈을 의심하던 농부는 금세 부자가 된다. 부자가 된 농부는 예전보다 더 욕심이 많아지고 참을성이 없어졌다. 지금 당장, 한꺼번에 모든 황금 알을 갖고 싶어 죽을 지경이 된 그는 거위의 배를 가르고 만다. 물론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어린 시절의 나는, 이렇게 어리석은 농부가 있을까 하고 의아했지만 지금 보면 정말 의미심장한 비유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는 행동을, 우리 역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내가 성과(황금알)를 거둔 것은 나 자신이라는 거위가 건강하기 때문이다. 만약 높은 성과를 바라 계속 혹사만 시키고 공부, 재충전과 휴식을 멀리한다면? 거위는 병들어 앓게 되고 더 이상 황금알을 낳지 못한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단기적인 성과를 내는 데만 급급하여 연구 개발을 미루는 조직, 직원 교육과 휴식을 등한시하고 매일 장시간 노동에, 야근으로 몰아붙이는 조직. 장기적으로 그 조직은 어떻게 될까? 거위의 건강을 돌봐주지 않고 황금알을 지금 당장 모두 가져야겠다는 농부의 심보가 만들어낸 결과는 거위의 죽음이었다.

‘시간관리 매트릭스’라는 개념이 있다. 이 매트릭스는 모든 활동을 긴급함과 중요함이라는 2가지 기준을 가지고 4개의 상한으로 나눈다. 1상한은 긴급하고도 중요한 일, 2상한은 긴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 3상한은 긴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일, 4상한은 긴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일을 말한다.

1상한의 일은 물론 즉시 해야 한다. 4상한의 일을 최소화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문제는 3상한과 2상한이다. 3상한은 자신의 가치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거절하지 못해 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체면치레 경조사, 갑작스러운 방문객, 거절하지 못해 따라나선 술자리, 쇼핑 등이다. 이 일들은 중요치 않지만 그때 긴급하기 때문에 마치 중요한 일을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2상한의 일들은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기 때문에 자꾸 미뤄지기 쉽다. 비전을 세우는 일, 학습, 독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노후 설계, 건강관리. 모두 2상한의 일이다. 시간관리의 열쇠는 바로 3상한의 일을 줄이고 2상한의 일을 함으로써 장기적인 효과성을 높이는 데 있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의례적인 회의, 형식적인 서류작업, 불필요한 절차, 상사 눈치 보기 등 3상한의 일이 있는가 하면, 조직의 비전 공유, 직원 교육, R&D 등 2상한의 일이 있다. 그래서 개인이나 조직이나 “이상한 활동에 시간을 쓰라”고 권하고 싶다. 몇 년 전 교사들에게 이 시간관리 개념을 가르친 적이 있는데 이수자들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그 카페 이름이 바로 “이상한 교사들의 모임”.

또 하나의 우화. 숲 속에서 나무꾼이 나무를 베느라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쉬지 않고 톱질을 하는데도 나무 베는 속도는 자꾸만 느려졌다. 지나가던 이가 나무꾼에게 말했다. “톱날이 무뎌진 것 같은데 먼저 그걸 갈지 그러시오?” 이 말에 나무꾼이 뭐라고 했는지 아는가? “톱날 갈 시간이 없소.” 도대체 왜? 물론, 나무 베느라고 바빠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 스티븐 코비는 이를 두고, “여러분은 운전하느라 바빠서 주유소에 갈 시간이 없었던 적이 있는가?”라고 웃으며 물었다.

나무 베는 일의 효과성은 어디에 달려 있는가? 톱날이 얼마나 날카로운가에. 우리가 여러 역할을 수행하는 일의 효과성은 어디에 달려 있는가? 자신의 건강, 몸과 마음의 건강성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너무 바빠서, 가봐야 하고 찾아봐야 할 곳이 너무 많아서, 라는 핑계를 대면서 여전히 우리 자신을 갈고닦는 데는 시간을 쓰지 않는다. 우리 조직의 2상한 활동들은 무엇인가? 하지 말아야 할 우리 부서의 3상한 일들은 어떤 것이 있는가?

(출처) 한겨레 - 고현숙/ 한국리더십센터 부사장 Helen@eklc.co.kr